블루스타의 에버튼 이야기
9R 토트넘전. 본문
홈에서 이어져 오던 무패 기록이 깨졌다. 그것도 꽤나 아픈 스코어로 말이다. 2골이 세트피스이긴 하지만, 그만큼 토트넘의 세트피스 전술이 좋기도 했고, 이 팀의 세트피스 대응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경기가 되었다. 사실 픽포드의 작은 키와 짧은 팔은 상대팀이 세트피스 시 먹잇감이 되기 쉬운 요소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노골적으로 그 쪽을 노리는 팀들이 은근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토트넘은 달랐다. 픽포드 쪽으로 수비를 집중시켜놓고 바깥쪽으로 돌아뛰는 선수를 놓치게 만들어 선제골을 내줬고, 그것을 생각하다가 대놓고 픽포드 쪽을 향해 들어온 크로스로 2번째 실점을 했다. 이런 취약점을 노출했으니 앞으로 다른 팀들도 이 점을 노릴 것이 뻔하다. 기존 세트피스 코치였던 찰리 아담이 나가고 기존 코치들이 이번 시즌부터 세트피스 전술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 팀의 최대 무기 중 하나였던 세트피스가 지금까지 공격에서는 위협이 덜 되고, 수비에서는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부분은 팀에서 빨리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팀이 전반적으로 빈공에 시달리는 팀이라는 것을 안다면 당연히 세트피스에서의 수비는 팀이 가장 잘 대비하고 있어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번 경기는 정석적인 3백 빌드업을 처음 가져온 경기였다. 오브라이언이 3백 스토퍼처럼 움직이고 미콜렌코를 올려서 쓰는 구조였는데, 결과가 좋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지금 팀에 필요한 구조는 이 쪽이 더 맞는 것 같았다. 다만 어느 구조에서든 이 팀의 후방 자원들의 빌드업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3선에서 2선으로 전해지는 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실 게예와 가너의 3선 조합이 그렇게 공을 잘 차는 조합이 아니라는 것은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나마 지난 시즌에는 게예의 폼이 괜찮아서 3선과 2선을 거친 공격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게예의 폼은 냉정하게 좋지 않고, 그래서 더욱 안 좋은 점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가너 역시 살림꾼 역할은 잘 해주지만, 턴을 잘 못 하고 패스 퀄리티가 높지는 않아 좋은 킥력을 지녔음에도 백패스 머신같은 모습을 보일 때도 많다. 그렇다고 교체로 들어오는 이로부남과 뢸 역시 패스를 아주 잘 하는 선수들은 아니다. 또한 이 팀의 센터백들은 3선에게도 공을 잘 못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다 보니 자꾸 롱킥에 의존하게 되고, 베투의 단점도 더욱 부각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퀄리티가 높아지려면 브랜스웨이트의 복귀 밖에 없어 보이는데... 하필 수술까지 해서 몇 달은 못 본다는 게 너무 큰 문제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 톱과 풀백 퀄리티 문제는 계속해서 팀의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는데, 오브라이언은 오늘 거의 3백처럼 움직였으니 놔둔다고 쳐도 미콜렌코가 문제다. 그릴리쉬에게 프리롤을 주다 보니 미콜렌코가 그거에 맞춰 움직임은 가져가는 것 같은데 그래도 공을 너무 못 찬다. 이번 경기의 미콜렌코는 언더래핑을 통해 2선 높이 이상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모예스의 지시도 있겠지만 구조적으로 그릴리쉬 때문인 것이 크다. 그릴리쉬가 움직임의 자유도는 부여받은 것 같으나 활동 반경은 대부분 왼쪽 사이드라인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는 KDH같은 선수가 왼쪽 하프스페이스에서 움직여 주면서 그릴리쉬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때가 많았다. 그리고 이번 경기는 미콜렌코가 그런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보통이라면 풀백을 3선 위치에 두고 3선을 올려 쓸텐데 모예스는 미콜렌코를 아예 올려 버리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물론 가너도 높은 위치에서 위력이 1도 없는 선수이긴 하지만 미콜렌코는 경기장 전역에서 위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주발도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똥을 쌀 거면 차라리 상대 박스 근처에서 싸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아무쪼록 미콜렌코가 최후방 라인과 1선까지 오가며 열심히 뛰어주기는 했지만 토트넘 입장에선 그런 선수를 굳이 세게 막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릴리쉬 쪽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한편 한동안 그릴리쉬를 풀어주던 KDH는 이번 경기에선 오른쪽 하프스페이스를 주 반경으로 움직였다. 그릴리쉬보다는 은디아예 쪽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왼발잡이인 KDH가 이 위치에서 꽤나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몸을 돌려서 골대 쪽을 45도로 바라보는 장면이 나오지를 않는다. 그러다 보니 왼쪽으로 전환이 되는 것도 아니고 오른쪽에 고립되다가 백패스나 턴오버가 이뤄지는 상황들이 지속됐다. 사실 이전에 울브스전에도 KDH는 이 쪽 반경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하지만 토트넘전같은 3백 빌드업 구조에서는 그 위치에서 뛰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고는 생각한다.
이는 결국 이 팀의 풀백 꼬라지와 또 직결된다. 오브라이언이 내려가 있으니 일단 라이트윙인 은디아예는 사이드라인 가까이 있는게 맞다. 하지만 왼쪽은? 지난 시즌 같으면 미콜렌코에게 사이드라인을 맡기고 은디아예를 하프스페이스에 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릴리쉬가 있는 구조에서는 다르다. 미콜렌코를 인버티드 풀백처럼 쓰고 3선을 올리자니 이 팀의 3선에는 왼발잡이가 없으며 미콜렌코는 역시나 공을 못 차는 선수다. 아니면 방향을 바꿔서 미콜렌코를 3백처럼 써서 KDH가 그릴리쉬 쪽에서 움직이도록 구조를 바꾸면 되지 않나? 그러면 또 오른쪽이 문제가 된다. 오브라이언은 결국 전문 풀백이 아니며, 미콜렌코와 마찬가지로 인버티드 풀백이나 사이드라인에 붙여 쓰기는 애매하다. 그리고 아예 1선까지 올라가는 움직임을 보이도록 주문한다면 그 거구가 버틸 수 있을런지부터가 의문이다. 그래서 사실은 이번 시즌 폼이 좋지 않은 타코우스키나 원래 4옵션인 킨을 벤치로 보내고 오브라이언을 센터백으로 쓰고 다른 풀백을 쓰는 방법은 어떨까 싶기도 하다. 적어도 가너를 풀백으로 쓴다면 인버티드 풀백이라도 쓸 여지가 생기지 싶다. 문제는 사실 이 쪽도 전문 풀백을 쓰는 케이스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축구도 못 하고 건강하지도 못한 패터슨이 또 까일 수 밖에... 그래도 토트넘전같은 구조에서 모예스가 이리 저리 수정을 해봤으면 좋겠다.
나라면 차라리 오브라이언 킨 미콜렌코를 변형 3백으로 시도하고 가너를 풀백, 뢸을 선발 출전시켜 가너를 인버티드 풀백으로 3선 위치로 보내고 뢸을 올려서 쓰는 구조를 구상해 볼 것 같다. 윙어를 토트넘전처럼 극단적으로 사이드라인에 붙여서 쓸 거라면 시도할 만한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구조라면 은디아예 대신 디블링같은 선수의 출전 시간 부여도 기대할 만하다. 그럼 은디아예는? 톱에다가라도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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