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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타의 에버튼 이야기

12라 맨유전 후기 본문

경기 리뷰

12라 맨유전 후기

bluestar_11 2025. 11. 30. 01:17

 최근 본 경기들 중 제일 미스테리한 경기다. 보통 왜 이겼지?나 어떻게 이겼지? 싶은 경기는 잘 생각해 보면 상대가 공만 오래 잡았지 크게 위협적이지 않아서 그랬다라는 결론이 남기 마련이다. 이번 경기도 정말 맨유의 공격이 날카롭지 않았다가 결론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심지어 전반 13분 만에 아군 한 명이 퇴장을 당한 경기였다. 심지어 상대에게 거친 파울을 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오히려 같은 팀의 뺨따구를 후려치다 퇴장을 당한 것이다. 이번 상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는 에버튼의 오랜 무덤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렇기에 11 vs 11로 싸워도 이길 가능성을 전혀 높게 보지 않는 매치업이었다. 그런데 13분 만에 중원의 핵심인 게예가 킨의 뺨따구를 갈기고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열에 열은 경기가 터졌다 생각했을 것이고, 많은 에버튼 팬들은 새벽 5시에 그딴 짓을 하는 자신을 원망하며 출근 준비를 하거나 남은 잠을 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게예와 킨 간의 빅 이슈 이전, 이 경기는 오랜만에 콜먼이 선발로 나선 경기였다. 풀럼전 가너가 라이트백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뢸이 탈장으로 팀을 이탈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미들진의 뎁스가 그야말로 습자지가 되었다. 풀백 뎁스도 좋은 것은 아니지만 가너를 풀백으로 계속 쓴다면 3선 기용 자원이 이로부남과 게예 뿐이라 가너를 다시 3선으로 기용하는 것이 이상적이였다. 그래서 A매치 기간에 정상적으로 국대 경기를 치른 콜먼을 선발로 쓴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주장님은 전반 10분 만에 교체되고 말았다. 은퇴할 나이가 다 되어가는데 국가대표팀은 계속 불려가고 팀에서는 거의 부상으로 못 나오고 있다. 그래도 콜먼을 비난할 마음은 생기지 않지만 예전 맥카시의 상황이 생각나기도 한다(마침 같은 아일랜드기도 해서...). 그렇게 콜먼 대신 오브라이언이 들어왔고, 이후 단 한 3분만에 그 이슈가 터졌다. 수비 상황에서 공이 탈취된 후 게예가 볼을 받아 킨이 박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원터치로 내줬다. 그런데 이 공이 킨 입장에서는 받기 애매하게 흘렀다고 생각했는지 그걸 그냥 놔둬버렸고, 곧바로 브루노의 슛 찬스로 이루어졌다. 초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는데 수비에서 안일한 플레이로 위험한 찬스를 내준 거라 보는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 않은 장면이었다. 그런데 화면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킨과 게예 사이에 시비가 붙었고 픽포드와 은디아예가 게예를 말리러 왔다. 그리고 게예에게 빨간색 카드가 나와버린 것이다. 리플레이를 봤더니 게예가 킨의 뺨을 갈겼고, 폭력적인 행위로 인해 퇴장을 당한 것이다. 게예가 경기장에서 그렇게 감정을 표현하는 선수가 아닌데 되게 의외였다. 킨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킨이 먼저 밀치기까지 하니 열이 올라버렸나 보다. 솔직한 생각을 말하자면 킨이 적극적으로 잡으러 갔어야 할 볼이었다고 본다. 아니면 브루노의 슛이라도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도 보였어야 했는데 그냥 멀뚱댔다. 킨이 이런 짓하는 걸 본 것도 벌써 7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것도 놀라웠다. 속으로는 왜 더 일찍 때리지 않았지? 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게예의 손찌검이 미래를 위한 단 하나의 수였나 보다. 그 이후 팀의 정신력이 더욱 강해진 모습이었다. 심지어 선제골이 터지기 전 몇 분간은 에버튼이 공을 더 오래 쥐고 있었다. 맨유의 압박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고, 카세미루-브루노의 3선 저지력은 확실히 떨어져 있었다. 그러던 중 전반 30분도 안 된 시점에서 KDH가 브루노와 요로를 따돌리고 원더골을 집어넣었다. 심지어 주발이 아닌 오른발로 박스 바깥쪽에서 감아찬 것이다(평소엔 오른발 쓰지도 않으면서). 그렇게 선제골이 터지고 팀은 서서히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전반에는 한 명 적은 숫자로도 전방압박을 시도했다가 풀리면서 위기를 맞는 장면도 있었으나 상대의 형편없는 마무리 덕에 간신히 살아남았고, 후반이 되어서는 완전히 내려앉아 441 블럭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몇 년간 버스 세우는 데는 도가 튼 팀답게 한 명 적은 상황에서도 수비가 꽤 안정적이였고, 조금 더 위험한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픽포드가 또 팀을 구해냈다. 블럭을 쌓는 속에서도 상대 공격을 사이드로 몰아내기 위한 압박 작업도 괜찮았고, 그렇게 쏟아지는 상대의 크로스 연사는 에버튼의 높은 수비벽이 막아내는 데 나름 이점을 가지고 있는 공격 방식이었다. 맨유의 공격들은 픽포드가 막아낸 두 차례 지르크지의 결정적 헤더를 제외하면 대부분 골대 밖으로 향했다.

 이번 승리는 모예스의 첫번째 OT 원정 승리라고 한다. 에버튼의 마지막 OT 승리 시 맨유의 감독이 모예스였던 것을 생각하면 또다시 기묘하다는 느낌이 든다. 전반 15분도 안 되서 주장은 교체, 베테랑은 퇴장. 그런데 선제골을 넣고 그걸 끝까지 지켜서 이긴다? 이 팀의 경기를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떠오를 수 없는 발상이다. 심지어 주인님 수준인 맨유 상대, 심지어 OT 원정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기를 잡아내는 것은 팀에게도 긍정적인 영향력이 미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그렇게 되길 바라고 팀이 순위를 더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다. 당장 게예가 3경기 결장하는 것은 큰 문제지만... 맨유 원정을 이기게 해준 게터 스트레인지의 공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버텨낸 나머지 선수들에 대한 칭찬도 필요할 것 같다. 먼저 KDH, 결승골을 제외하고도 팀에서 수비적 공헌이 가장 큰 선수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오늘도 압박과 블럭을 쌓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뛰고 라인으로 복귀하는 데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은디아예도 다른 때처럼 윙백처럼 뛰어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풀타임 내내 그렇게 할 수 없다 보니 지친 모습을 보여줄 때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도 요즘은 감독이 관리를 나름 해주는 모습. 오늘은 그릴리쉬 또한 윙백이 된 것처럼 뛰어다녔다. 이 정도 급의 선수가 에버튼에서 그렇게 뛰어주는 것? 최근 몇 년을 봤을 때 당연히 감사해야 한다. 마지막으론 바리. 오늘 공중볼 경합만 14번 승리했다고 한다. 그 공이 상대에게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런 긍정적인 기록은 선수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아직 좋다고 말하기엔 부족하나 풀럼전에 이어 이번 경기도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골만 터지면 더욱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수비진...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낮은 블럭에서는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로 구성이 되어 있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상대에게 내주는 공간이 많이 보였다. 상대의 마무리가 대부분 조잡했던 것과 픽포드가 건져준 것에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킨은 잘한 경기들에 비하면 확실히 아쉬웠다. 게예와의 퇴장 사건도 그렇고 픽포드가 팀을 살린 2번의 선방 때 지르크지에게 공중볼에서 밀린 게 다 킨이었다. 브웨 오기까지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꾸역꾸역 버텨주는 건 알지만 뭔가 더 잘했으면 하는 욕심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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