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타의 에버튼 이야기
뉴캐슬-본머스-노팅엄 3연전... 본문
박싱데이가 아님에도 거의 일주일 사이에 3경기를 치렀다. 아주 빡센 일정이라고 할 순 없지만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팀들이라 팀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정이었고, 내 입장에서는 심장이 아픈 일정이었다. 뉴캐슬은 이번 시즌 순위도 낮았고 최근 몇 시즌 간 에버튼이 전적 상 강세를 보이고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팀의 체급이 에버튼보다 훨 높고 직전 경기에서 맨시티를 잡아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본머스는 정반대로 최근에 극도의 부진을 겪고 있었다. 심지어 직전에 선덜랜드를 상대로 2:0 -> 3:2 역전패를 당했고 주전 센터백 세네시와 윙어 브룩스가 경고 누적, 풀백 내지 중미인 루이스 쿡이 퇴장으로 에버튼전에 빠지게 되었다. 하지만 본머스는 승격 이후 에버튼의 주인님급 팀이었다. 심지어 본머스 원정에서는 에버튼이 이긴 기억이 없다고 봐도 된다. 노팅엄은 앞 둘에 비하면 해볼 만한 팀이라 생각했으나, 에버튼의 전 감독인 션 다이치가 부임한 후 상승세였고 뉴캐슬처럼 팀의 체급이 에버튼보다 높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진짜 자신있게 상대할 수 있는 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1. 뉴캐슬전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2승 1패를 했다. 어떻게 보면 3패를 하고 꼬라박을 수도 있었고 3승을 해서 분위기가 대폭 상승했을 수도 있었는데, 2승 1패는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충분히 좋은 결과이다. 그 1패가 홈 뉴캐슬전이고, 4대1의 대패였다는 건 좀 충격적었지만 말이다. 분명 뉴캐슬만 만나면 매번 지겠지 지겠지 하는데, 의외로 한동안 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대패를 당한 것이다. 사실 맨유전에서 게예의 퇴장 속에서도 10명이서 승리를 거머줬기에 팀의 사기가 크게 오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뉴캐슬전 2분만에 사고가 터져버렸다. 코너킥 상황에서 치아우에게 헤딩골을 먹혀버린 것이다. 몇 시즌동안 수동적인 전술만이 익숙하진 에버튼은 보통 상대로는 전반적으로 수비적인 운용을 하면서 선제골을 넣고 지키는 상황이 주 승리 루트였다. 당연히 뉴캐슬을 상대로도 늘상 써오던 방법이었는데, 그 플랜이 2분만에 무너진 것이다. 뉴캐슬을 선제골 이후 주도권을 내주고 내려앉아 역습을 노리는 전략을 택했다. 그리고 그 수는 정확히 통했다. 점유율을 높이고 능동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팀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에버튼이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뉴캐슬의 역습은 거의 매번 치명타로 이어졌고, 이에 더해 이로부남의 엉성한 수비, 느려터진 거북이 수비진이라는 약점도 극대화되었다. 믿을맨 픽포드까지 실수를 하면서 전반에만 3대0이 되어 버렸다.뉴캐슬은 심지어 공을 소유하는 데도 에버튼보다 몇 배는 익숙했다. 결국 상황이 급한 에버튼의 수비 블럭은 계속해서 끌려나갈 수 밖에 없었고 또 치아우에게 공중을 공략당하면서 4대0까지 벌어졌다. 이후 경기 양상은 루즈해지기만 했다. 결과적으로 KDH의 차력쇼로 영패를 면한 것만이 긍정적이었다. 맨유전 이후 분위기가 급격히 살아날 것이라 생각했으나 오히려 꼬라박을 위기에 처했고, 남은 2경기도 다 패하고 순위가 곤두박질치겠구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만 늘었다.
2. 본머스전
그러나 맨유전 이후 분위기가 오를 것이라 생각했다가 뉴캐슬에게 대판 깨졌던 것처럼, 뉴캐슬전 이후 가라앉을 것이라 생각했던 분위기는 의외로 쉽게 내려가지 않은 것 같았다. 질 확률이 제일 높다고 생각했던 본머스 원정을 이긴 것이다. 경기 결과를 먼저 본 사람이라면 AI 합성 기술이 정말 좋아졌다고 생각할 만한 결과였다. 아무리 본머스가 최근 4경기 연속 무승을 포함한 부진, 직전 선덜랜드전 충격패를 당했다지만 상성이라는 것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디어 그 벽을 넘어섰다. 최근 폼이 좋지 않은 본머스의 분위기는 에버튼을 상대로도 느껴졌다. 선덜랜드전 여파로 인한 브룩스, 세네시, 쿡 3명의 공백도 보이는 느낌이었다.(사실 저 중 진짜 주전은 세네시뿐이지만). 사실 전반에 크루피에게 골을 먹힐 때만 하더라도 또 새벽같이 이 X같은 경기를 보려고 일어나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라고 외치고 자러 가는 것이 정상인의 범주에 맞는 발상이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 득점은 오프사이드로 취소되었고, 그 외 본머스의 공격은 그다지 날카롭다는 인상은 아니었다. 물론 늘상 약해왔던 본머스 원정답게 에버튼 역시 똥꾸릉내 진동하는 경기력으로 받아쳤다. 그릴리쉬의 결승골은 서로 막하막하의 경기력을 보이며 치고박던 중 이로부남에서 시작된 역습에서 나왔다. 그릴리쉬의 슛이 디아카테의 몸을 맞고 굴절되어 들어갔다는 점은 이 경기의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을 잘 보여주는 장면인 느낌이었다. 어쨌든 이긴 병신이 되기도 했고, 팀이 어려워하는 본머스 원정이었기에 당연히 결과가 주는 의미는 매우 컸다. 또한 킨이 갑작스레 부상으로 빠지며 오브라이언이 드디어 주 포지션인 센터백으로 나와야 했는데, 이 경기에서 꽤나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그를 라이트백으로 땜빵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개탄스러움을 다시금 느껴야 하기도 했다. 또한 오브라이언이 센터백으로 나오면서 가너가 라이트백으로 나와야 했다. 그리고 이는 뉴캐슬전 개똥을 싸지른 이로부남이 다시금 선발로 기어나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본머스전의 이로부남은 합격점을 줄 만했다. 어쨌든 득점 장면 역습의 기점이 되기도 했고, 공수 양면으로 준수한 모습을 보이며 뉴캐슬전 악몽을 어느 정도는 씻어냈다. 게예가 없는 동안 어쨌든 힘을 내줘야 하는 선수기에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또한 KDH 역시 3선으로 기용되었다. 레스터 시절 본 KDH는 3선에서 빅똥을 싸지르던 선수였기에 걱정이 되었지만 그 역시 꽤 솔리드한 폼을 보여주어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3. 노팅엄전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션다이치 더비. 신구장으로 넘어오기 직전 더 이상 못 해먹겠다며 프리드킨에게 징징대다 잘렸던 그가 노팅엄 감독으로 에버튼을 상대하러 돌아왔다. 그의 부임 이후 노팅엄이 상승기류를 타고 있었기에, 본머스와의 악연을 끊어내며 분위기를 다시 좋은 쪽으로 가져왔음에도 긴장스러운 경기였다. 그런데 결과는 다소 싱거웠다. 에버튼의 선수들과 모예스는 션의 스타일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고, 그에 맞는 대응을 했다. 경기 양상은 에버튼이 뉴캐슬을 상대로 당했던 그 반대로 이루어졌다. 전반 극초반부터 그릴리쉬가 왼쪽 페널티 박스 밖에서 드리블을 활용해 프리킥을 얻었다. 굳이 나올 정도인가 싶었던 사보나의 경고는 덤이었다. 그리고 그 세트피스 찬스 이후 파생된 상황에서 KDH의 '오른발' 크로스가 밀렌코비치의 머리를 맞고 자기 골대로 향하면서 전반 2분만에 에버튼이 앞서게 됐다. 덕분에 에버튼이 가장 좋아하는 그 상황이 조성되었다. 에버튼의 그런 스타일을 고착화시킨 션 다이치가 상대 감독이라는 것은 팀에게 더욱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그 스타일 때문에 뉴캐슬에게 처참하게 당했던 것처럼, 에버튼은 노팅엄에게 그대로 돌려주었다. 상대의 중원 에이스라고 할 수 있는 앤더슨을 강하게 견제하여 영향력을 떨어트리고 보니 다른 노팅엄 선수들은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대놓고 받았다. 특히 왼쪽 윙어로 나왔던 은도이는 전반전 최악의 선수라고 봐도 무방할 폼이었다. 누누와 션 다이치를 거치고 있으며 전혀 반대 성향의 포스테코글루가 처참하게 망했던 노팅엄은 얼마 전 뉴캐슬이 그랬던 것처럼 경기 초반부터 골을 넣고 내려앉아 상대를 끌어들이는 팀에게 너무 약했다. 선제골 후에도 상대 골문을 더 많이 두드리는 것은 노팅엄이 아닌 에버튼이였다. 그나마 나온 전반 추가시간 앤더슨이 맞은 찬스는 픽포드가 쉽게 막아냈다. 오히려 직후 은디아예가 허친슨의 백패스를 뺏으면서 3대1의 역습 상황이 나왔고 바리가 드디어 에버튼에서의 첫 득점을 만들었다. 모든 팬들이 기다리던 순간이 드디어 나왔고, 아직 후반전이 남은 상태였지만 뭔가 이 경기는 잡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후반전 다이치는 에버튼에서는 볼 수 없었던 후반 시작 동시 3명 교체를 단행했다. 그럼에도 경기 양상 자체는 전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픽포드의 펀칭 실수 때문에 도밍게스에게 완벽한 득점 찬스가 한번 나오긴 했으나 타코우스키가 간만에 기적의 블락쇼를 보여주며 위기를 넘겼다. 에버튼 역시 KDH의 골대샷, 셀스에게 막힌 은디아예의 왼발 감아차기같은 좋은 찬스들이 있었다. 그러던 중 코너킥 상황에서 셀스의 펀칭이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았고, 오브라이언의 패스를 받은 KDH가 깔끔하게 땅볼로 때린 것이 그대로 들어갔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3대0이었고, 사실상 경기를 끝내는 득점이었다. 이번 득점 역시 그의 약발인 오른발이었다는 것이 그의 최근 좋은 폼을 증명하는 듯했다. 이후 맥닐, 디블링 등을 투입하면서 출전시간을 부여하고 깔끔하게 마패를 박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일주일만에 사실상 3경기를 치르며 제일 인상적인 선수는 역시 KDH가 아닐까 싶다. 뉴캐슬전 대패하기는 했지만 클래스 넘치는 득점을 기록했고(이달의 골 후보까지 선정), 본머스/노팅엄전에서는 득점 장면들을 제외하더라도 3선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제일 고무적이었다. 12월 이후 AFCON 때문에 3선에 게예의 공백이 생기는데, 그 시기의 대처법을 미리 찾은 느낌이었다. 2선에 알카라스, 맥닐 등을 기용하면서 KDH을 게예가 돌아오기 전까지 3선에 기용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 같다. 문제는 은디아예인데, 디블링이 수비적으로 모예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상 경기가 터진 노팅엄전에서도 85분이 되어서야 경기장에 들어서는데 표정이 반 삐진 표정이었다. 이번 시즌 은디아예는 사실상 윙백처럼 뛰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이도 어리고 몸도 덜 만들어진 디블링의 기용에 의구심이 들어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그래도 은디아예의 공백은 어쩔 수 없으니 그 동안 맥닐이나 디블링을 잘 기용하면서 버텼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바리이다. 사실 몇 경기 전부터 선발로 낙점을 받으면서 주전은 바리로 가는 모양새였다. 그런데 본머스전 같은 경우는 마무리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며 다시 좀 쉬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직후 노팅엄전 모두가 기다리던 데뷔골을 터트렸고, 다시 한번 주전 경쟁은 사실상 마무리되었음을 알리는 듯했다. 아직 어린 선수이기에 앞으로도 수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래도 자신이 계속 부딪히고 배우면서 잘 성장해줬으면 한다. 에버튼이 이전부터 계속 겨울이적시장에서 톱을 또 구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본인한테도 자존심이 좀 상하는 일이 아닐까? 링크가 있는 지르크지를 데려올 바엔... 개인적으로는 바리를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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